지질학자 톰과 심리상담사 제리는 60대 부부다. 톰과 제리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소일거리 삼아 텃밭도 가꾸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낸다.
잘 정돈된 부엌, 꽤 오래 정성을 들였을 텃밭, 톰의 능숙한 요리솜씨와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는 부부의 모습은 이름만큼이나 찰떡 궁합인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의 일상에 메리가 예기치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제리의 20년차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메리는 톰과 제리 그리고 부부의 아들인 조이와도 오랜 우정을 쌓아왔다.
사실 메리는 톰이나 제리와는 달리 불안하고 외롭고 불안정한 여자다.
60이 가까운 나이에 싱글이고 셋집에 살고 함께 갈 사람이 없어
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메리는 미치도록 깊은 외로움과 패배감에 휩싸여있다.
60대 노장 감독의 시선으로 담아낸 60대 언저리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날카로운 현실성과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을 품고 있다.
누군가는 메리와 켄처럼 자신의 현실을 헤쳐나가기 버거워하고,
누군가는 톰과 제리처럼 삶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며, 그들 모두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마이크 리는 노년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진심을 주고 받으며
그 속에서 때론 부딪히고 아파하는 기울어짐의 시간들을 통해 만들어내는 삶의 순간들을 응시한다.
서로의 삶에 관여하는 방법
‘망설이거나, 모른척하거나, 다가서거나’
톰과 제리는 삶에 지쳐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과 공간을 할애한다.
톰은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이는 소꿉친구 켄에게 자전거 여행을 제안하고
부인을 잃은 형 로니에게 자신의 집에서 머물 것을 권유한다.
제리는 늘상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친구 메리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퇴근 후 술자리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살기 좋은 삶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능하다.
반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기 힘든 삶의 구조를 형성하며 그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
즉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에 맞게 관계를 성립하는 게 가능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 <세상의 모든 계절> 감독 마이크 리 인터뷰 中
<세상의 모든 계절>의 이야기는 특정 등장인물의 시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마이크 리는 관객들이 모든 등장인물들을 공감하고 연민하게 만드는 섬세하고 밀도 있는 연출력을 선보이며,
이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관찰하게 만든다. 영화의 초반,
톰과 제리의 감정을 따라가던 관객들은 어느 순간 켄의 이야기에 마음 아프고,
메리에게 연민을 느끼며, 로니의 텅빈 눈빛을 가슴에 담게 된다.
망설이며 다가서지 못하거나 진심을 알면서도 모른척 외면하거나,
혹은 서툰 용기를 내 상대에게 다가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마이크 리 감독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끊임없이 주저하고 망설이는 우리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형제와 친구여도 타인의 행복을 공유할 수는 없다.
연민은 쉽게 지치고 엔딩의 저녁 식사 자리 만큼이나
동경은 불편하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어도 저마다 다른 한 해를 보낸다.
쓸쓸함과 외로움과...
5.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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