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로리스 로리 지음
고수미 옮김
보물창고 출판
예쁜 언니가 백혈병으로 죽는다는 이야기가 진부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어린 시절 여동생이 죽었던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덕분일 것이다. 게다가 '뉴베리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의 세련된 구성력이 첫 작품인 『그 여름의 끝』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자매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갈등은 도시에서 각방을 썼던 자매가 시골로 이사 온 뒤 한 방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것인데, 바로 그 날 밤 언니의 죽음을 예고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여름의 끝』은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삶의 태도를 보여 준다. 언니의 죽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메그의 부모님,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죽음도 준비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윌, 심지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면서도 예기치 않은 죽음까지 준비해 두는 젊은 부부까지. 이들과 함께 여름을 나는 동안 메그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염려하기보다 직접 부딪히는 법을, 미리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는 법을,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무엇보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 보며 죽어가는 언니를 만날 용기를 얻고 삶과 죽음의 이해할 수 없는 경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생명의 탄생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고,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성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 인생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우리는 묵묵히 살아가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된다.
텅 빈 침묵은 이야깃소리와 웃음소리로 조금씩 채워지고 뾰족하기만 하던 슬픔의 모서리도
점점 닳아 무뎌진다.
몰리 언니가 없으니 예전과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는 세상이 있고 그 속에는 좋은 일들도 있다.
금을 그은 것은 몰리 언니였다.
2월은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고약한 달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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