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569,508p)
톨스토이 지음
이철 옮김
범우사 펴냄
[안나 카레니나]는 상류사회의 아름다운 부인 안나와 귀족 출신이지만 시골에서 농부들과 함께
생활하는 레빈을 둘러싼 인물들과 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톨스토이가 초고에서는 '두 결혼'이라고
표제를 붙였을 만큼 두 인물의 가정생활에 대한 묘사를 통해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에 다가가고 있다.
페테르부르크 고위관리의 아내 안나는 오빠 스티바의 집을 방문하던 중 모스크바 역에서 귀족청년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젊은 시절 나이 많은 카레닌과 결혼한 이후 정숙한 아내로
지루하고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안나는 뒤늦게 찾아온 참다운 열정에 놀랍도록 솔직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
당시 상류사회의 대다수 부인들이 행하던 위선적인 사교계의 연애가 아닌,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아들까지 모든 것을 버리고 브론스티와 함께하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사회는 그녀에게 차갑게 등을 돌린다.
안나가 냉대와 모욕을 받는 대신 브론스키는 누구에게도 비난받는 일 없이 점점 사교의 폭을 넓혀가며
사회로 나아간다. 그러는 중에 철저히 고립된 안나와 자유로운 브론스키 사이에는 불신이 싹트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질투로, 열정은 분노로 서서히 변해간다.
한편 시골에서 영지를 경영하며 농부들과 함께 살아가는 레빈은 스티바의 처제 키티를 마음에 품고
청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나온다. 그러나 이미 브론스키를 사랑하게 된 키티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낙심한 레빈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안나와 브론스키로 인해 병을 얻은 키티의 처지와 스티바 부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후에 다시 청혼을 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레빈은 이상과는
다른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행복에 환희를 느끼기도 하면서 결혼이 주는
이중적인 감정을 경험하지만, 형의 죽음과 아들의 출생이라는 큰 사건들을 통해 점차
가족 안에서의 다양한 생활 속으로 깊숙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
* 서로들 상대방이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구실을 발견하여 상대방에게서 그것을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 하느님의 존재에 관한 명백하고 의심할 여지없는 유일한 표시는... 좋든 싫든 원천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영지인 야스나야 폴라냐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집필하는 동안 일기를 전혀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안나 카레니나』에 모든 것을 써넣었고 아무것도 달리 쓸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실제로 철도가 가져온 변화,
상류사회의 풍속과 생활상, 가족 안에서의 환희와 불화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들에는 작가가 당시에 흥미를 갖고 접했거나
관찰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특히 귀족 출신이면서도 시골의 영지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레빈의
내면적 탐구와 정신적 고뇌는 그 당시 톨스토이의 생활과 활동을 알아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소설에서 유일하게 소제목을 붙인 제5부의 20장
‘죽음’에서 죽음을 맞은 형을 지켜보며 살아 있는 자와 죽어가는 자에 대한 잔혹하리 만큼 선명한 묘사와 소설의 8부에서 삶에 대한 회의와
죽음에의 공포에 시달리는 레빈의 모습은 이후 톨스토이가 「고백」에서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내용과 이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을 발표한 이후 작가의 실제 삶은 일대전환을 맞아 도덕적이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윤리에 관한
수필 외에는 전혀 소설을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톨스토이는 자신의 문학적 정점에 이른 시기에
『안나 카레니나』라는 대작을 통해 탄생과 죽음, 결혼, 가족, 노동, 종교 등 인간을 둘러싼 모든 관계와 사랑과 욕망,
환희와 좌절, 희망, 분노, 질투, 구원에의 갈망 등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감정들, 즉 인간과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담아냄으로써 소설가로서의 한 경지를 이루어낸 것이다.
대단하다. 톨스토이 !
2.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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