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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 장 자끄 상뻬) 2010.5.23

민트로사 2010. 5. 23. 18:40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열린책들  출간

 

 

 

장 자끄 상뻬 그림 소설. 마을 사람들이 그의 이름으로 자전거를 지칭할 정도로 자전거에 정통하고, 사람 좋기로 유명한 자전거포 아저씨 따뷔랭에게는 비밀이 있다. 바로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것. 마을에 이사 온 사진사 피구뉴가 자전거를 탄 따뷔랭의 모습을 찍고 싶다고 간청하자 결국 따뷔랭은 아내와 피구뉴에게 등을 떠밀려 마을의 한 언덕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서는데.. 주인공 따뷔랭이나 사진사 피구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상뻬만의 애정과 유머가 담긴 독특한 방법으로 어루만져주는 소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주는 약, 웃음
유명한 유머 작가 사비냑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상뻬는 자기가 우리 편이며,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임을 곁눈질로, 그리고 연필 끝으로 우리에게 일깨워 주곤 한다. 그는 애정을 가득 담아 유머라는 팔꿈치로 절망에 빠져 있는 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상뻬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은 이미 그의 색감이나, 세밀한 필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에서도 그러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라울 따뷔랭은 한편으로는 두 개의 바퀴 위에서 균형 잡는 것을, 색맹들이 색 구별하는 것을 단념하듯이 포기해 버린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따뷔랭>을 타지 못한다는 가슴 아픈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기도 했다. 또 사진사 피구뉴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자신이 언제나 중요한 순간을 잡는 것에 실패한 사진사라는 생각에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주변의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이고, 이것이 곧 상뻬가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는 인간들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상뻬는 비밀을 간직하려 애쓰는 따뷔랭의 상황을, 그리고 우연히 찍힌 사진임을 숨기고 수다스럽게 자랑을 떠들어 대는 피구뉴의 모습을 애처롭게 그려내지 않는다. 독자들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면서도,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거나 같이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상뻬는 독특한 방법으로 주인공들과 독자의 아픔을 다룰 줄 아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따뷔랭과 피구뉴가 나누는 맑게 개인 한바탕의 웃음은 그 모든 아픔들을 풀어내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따뜻한 감성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바로 이 마음의 교류가 독자들에게까지 전해져 소리 없는 웃음을 나누게 만드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있었다.

그러다 사진사가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따뷔랭이 난데없이 불쑥 말을 시작했다.

" 내 말을 좀 먼저 들어 봐요 !   당신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요.  나는 한번도......   단 한 번도......  이 얘기를 진작 했어야 하는 건데...... 이건 비밀이요......   날 좀 이해해 줘요......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

따뷔랭은 별안간 기분이 맑게 개어.  웃고 싶어졌다.  그는 웃었다.  " 내가 못타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것 참 우스운 노릇이지요 !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은...... "  그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고 그러자 피구뉴도 함께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기 시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