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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엘리오 비토리니)

민트로사 2011. 11. 5. 19:13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엘리오 비토리니  지음

김운찬  옮김

민음사  출판

 

  
『시칠리아에서의 대화』의 기본 줄거리는 주인공 실베스트로가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하지만 이 여행은 단순한 공간에서 공간으로의 이동이 아니며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조차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이다.

“그해 겨울”, “상실된 인류”에 대한 “추상적인 분노”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내면 묘사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그해 겨울”이 언제인지, “상실된 인류”의 주체는 무엇인지,

또한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 주지 않는다.

 실베스트로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역시 “롬바르디아 거인”, “콧수염”과 “무수염”, “조그마한 시칠리아 사내”,

“마른 나뭇가지 같은 목소리를 지닌 조그마한 노인”, 황소처럼 튼튼하지만 슬픈 표정의 “카타니아 젊은이”,

 환자처럼 “목도리에 둘러싸인 젊은이” 등으로 불리며

그들의 이미지만 부각될 뿐, 이름과 나이, 소속 같은 ‘신원’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실베스트로는 여행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동시에 현실인지 회상인지 모를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린 시절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공연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작품에서 간간이 드러나는 희곡 형태의 구성으로 대입되기도 하고,

 어둠과 빛에 대한 묘사는 흡사 무대장치를 연상시키며, 소설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날레를 올린다.

주인공조차 자신이 현실 속에 있는지 환상에 빠져 있는지 모르는 이러한 설정 덕분에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가상 공간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때, 이 작품은 어느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세상과 인간의 모습을 담아 낼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상실된 인류’는 바로 우리 자신이고,

‘모욕당한 세상’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우리는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세상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억압과 부조리를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모욕당한 세상...

모욕당한 세상...

...

...

1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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