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네 마당

흙 밟을 일이 없다.

민트로사 2010. 10. 7. 14:50

 

 

 

 

도서관에 대출받은 책을 반납하러 나간길에

정발산엘 잠깐 올라갔다.

뭐. 오르는데 딱 10분이니까.

오랜만에 을 밟은거 같았다.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나가도

을 밟을 일은 없고

모두가 포장된 아스팔트나 타이어로 만든 고무로 된 길이거나

벽돌이거나 시멘트 바닥이니...

그러고보니 을 밟을 일이 정말 없이 살고 있음이 새삼 느껴진다.

 

나 자라던 어린 시절엔 대문 밖은 거의 다 흙이었는데...

친구들과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그려 놀기도 하고

작은 돌을 모아 땅바닥에 모여 앉아 공기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큰 길을 나가야만 이 아닌 포장된 길이었다.

대문안에 수돗가쯤에나 시멘트로 공구리가 되어 있었을까...

그렇게 나의 어린시절엔 어디에나 이었고

땅바닥이었다.

몇 십년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오늘 새삼 정발산의 길을 보니

을 보는 내 마음에 푸근하고 정감이 있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너무 좋은 기분이 들게 했다.

자연이 주는 기운이었나..

10분이면 오를 이 정발산도 가까이에 없었더라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일산엔 자연의 푸근함을 느낄만한 곳이 없었을 뻔 했다.

어디에도 다 콘크리트 바닥에 콘크리트 건물로만 꽉 차있으니...

아무리 잘 꾸며 놓았다지만

다 딱딱하고 인위적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에

원래의 자연이 주는 편안함까지는 전달해주지 못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렇게 처음부터 아파트에서 콘크리트 바닥과

콘크리트 벽 속에서 자란다. ㅠㅠㅠ

어딜 가도 밟을 일이 없다.

바닥과 벽이 모두 콘크리트이니

하늘이라도 올려다 봐야하는건지...

비록 공해로 깨끗하진 않아도

가을 하늘은 그나마 봐 줄만 하니까...

 

오늘 오랜만에 길을 밟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등산이라도 할 수 있으면 자주 가야겠다.

냄새라도 맡게...

사람도 자연이고

사람은 자연친화이니까...

 

 (2010.10.7 정발산 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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