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대출받은 책을 반납하러 나간길에
정발산엘 잠깐 올라갔다.
뭐. 오르는데 딱 10분이니까.
오랜만에 흙을 밟은거 같았다.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나가도
흙을 밟을 일은 없고
모두가 포장된 아스팔트나 타이어로 만든 고무로 된 길이거나
벽돌이거나 시멘트 바닥이니...
그러고보니 흙을 밟을 일이 정말 없이 살고 있음이 새삼 느껴진다.
나 자라던 어린 시절엔 대문 밖은 거의 다 흙이었는데...
친구들과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그려 놀기도 하고
작은 돌을 모아 땅바닥에 모여 앉아 공기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큰 길을 나가야만 흙이 아닌 포장된 길이었다.
대문안에 수돗가쯤에나 시멘트로 공구리가 되어 있었을까...
그렇게 나의 어린시절엔 어디에나 흙이었고
땅바닥이었다.
몇 십년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오늘 새삼 정발산의 흙길을 보니
흙을 보는 내 마음에 푸근하고 정감이 있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너무 좋은 기분이 들게 했다.
자연이 주는 기운이었나..
10분이면 오를 이 정발산도 가까이에 없었더라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일산엔 자연의 푸근함을 느낄만한 곳이 없었을 뻔 했다.
어디에도 다 콘크리트 바닥에 콘크리트 건물로만 꽉 차있으니...
아무리 잘 꾸며 놓았다지만
다 딱딱하고 인위적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에
원래의 자연이 주는 편안함까지는 전달해주지 못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렇게 처음부터 아파트에서 콘크리트 바닥과
콘크리트 벽 속에서 자란다. ㅠㅠㅠ
어딜 가도 흙 밟을 일이 없다.
바닥과 벽이 모두 콘크리트이니
하늘이라도 올려다 봐야하는건지...
비록 공해로 깨끗하진 않아도
가을 하늘은 그나마 봐 줄만 하니까...
오늘 오랜만에 흙길을 밟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등산이라도 할 수 있으면 자주 가야겠다.
흙 냄새라도 맡게...
사람도 자연이고
사람은 자연친화이니까...
(2010.10.7 정발산 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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