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섬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조화로운삶 출판
거의 무한해 보이는 정보와 지식을 통해 현대인은 지의 범위를 차츰 넓혀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학적이고 사회적인 체계를 벗어난 또 다른 지(知)의 영역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지한 것이 현대이고 현대인이다. ‘미지’라는 것, 모른다는 것,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식의 원시림이다.
직관과 마음의 길을 잃어버린 이들은 지식의 틀 안에서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섬을 찾아 떠나려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실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 떠나는 무모한 여행자다.
하지만 주인공은 있는지 없는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존재의 가능성을 강하게 믿는다.
때문에 그의 항해는 현실적 삶이 포기해 버린 내재적 영역으로의 탐험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지의 섬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의 배는 이미 ‘미지의 섬’이 된다.
당장 눈앞에는 없지만, 마음이 희구하는 어떤 것을 향한 강한 열망이 존재를
‘그곳’으로 데려다주고 ‘그것’을 얻도록 해 준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메시지인 것이다.
모른다는 것. 알지 못한다는 것
이 무한한 가치에 어찌 매혹당하지 않을 것인가!
" 섬을 보기 위해선 섬을 떠나야 해요. 우리 자신을 떠나지 않고선 우리를 볼 수 없죠."
단지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가 속해 있는
곳이나 '규정된 나' 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때에만 진정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때문에 남자가 찾고자 하는 '섬' 은 특정한 공간이나 신대륙이 아니라 자기 내면이다.
남자는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나선 것이다.
인류사의 명 탐험가들도 모두 '모름' 에서 출발했다. 그들의 그 '막연한 믿음'은
어떤 사실이나 정보보다도 더 강하게 그들을 이끌었다.
이야기 속 남자의 말처럼 미지의 섬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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