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이다미디어 펴냄
에릭 호퍼의 자서전은 지금까지의 자서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가 남긴 유일한 자서전인 이 책은 그가 떠돌이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부두노동자로 정착한 40세까지의 인생을 만년에
기록한 것으로 총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유년 혹은 청년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했다는 기존의 자서전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8년간의 실명 상태와 어머니, 아버지의 죽음, 방랑, 자살미수 등의 그의 생활. 그의 삶의 궤적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보통이라면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했다'라든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라는
스토리가 이어졌겠지만 호퍼는 65세까지 계속 떠돌이 노동자, 부두노동자였다. 이 자서전에는 사회적인 잣대로 소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가 된 일, 미국의 사회철학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다만,
독서에의 몰두와 깊은 사색,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겪었던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는 그냥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같지만 그 에피소드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그의 사상이나 삶의 자세,
그 만의 사색과 깊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인상 깊게 하고 특별하게 하는 것은 호퍼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보다도 방랑과 노동의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 그 묘사의 산뜻함에서 비롯된다.
* 언어는 질문을 하기 위해 창안되었다. 대답은 투덜대거나 제스처로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반드시 말로 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첫 질문을 던졌던 때부터였다.
사회적 정체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할 충동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
흔들림없이 길 위의 인생을 택한 에릭 호퍼, 떠돌이 노동자들의 삶 속에서도 "패배자" 가 아닌
"사회건립의 한 축" 으로 바라 본 담대한 삶의 시각을 가진 호퍼는
철처한 자유정신의 철학자이며 이를 지켜나가는 용기있는 자유인이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저런 어쩌면 가치가 없는 일에
너무도 많이 얽매여 투덜대고 연연하며 안타까워 하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진정한 가치는 외면한 채...
의미없는 많은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책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0) | 2011.10.07 |
---|---|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노엘라) (0) | 2011.08.11 |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0) | 2011.07.28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0) | 2011.07.26 |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0) | 2011.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