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그리움을 위하여 (『현대문학』, 2001년 2월)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그 남자네 집 (『문학과사회』, 2002년 여름호)
마흔아홉 살 (『문학동네』, 2003년 봄호)
후남아, 밥 먹어라 (『창작과비평』, 2003년 여름호)
거저나 마찬가지 (『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촛불 밝힌 식탁 (『촛불 밝힌 식탁』, 동아일보사, 2005)
대범한 밥상 (『현대문학』, 2006년 1월호)
친절한 복희씨 (『창작과비평』 , 2006년 봄호) 문인 100인 선정 ‘2006 가장 좋은 소설’
그래도 해피 엔드 (『문학관』 통권32호, 한국현대문학관, 2006)
대부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작품 속 화자들은 ‘그리움’이란 말과 통어하는 회고에 젖어 있다.
본디 그리움이란 오랫동안 곰삭은 한(恨)이나 상처와 별개일 수 없는 법. 더구나 스멀스멀 육체에
기어든 병까지 감수해야 하는 노년의 그들이다. 여기서 박완서의 치밀한 서사적 구성력과 거침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문장,
균형감을 잃지 않은 반듯한 도덕적 성찰은 평범하고 보잘것없을 수 있는 그들의 일상을 재조명한다.
퇴색한 기억을 반질반질 윤을 내어 활력을 불어넣고, 이야기의 소재와 향유의 대상을 실버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장시켜 절실한 공감을 형성하는 한편, 인간적인 삶,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철학적 궁구를 억지스럽지 않게 이끌어낸다.
마술처럼, 읽는 이가 미처 눈치 챌 틈을 주지 않고 한달음에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아차 싶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것,
한결같은 박완서 문학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그이들을 괴롭히는 암(「대범한 밥상』), 중풍(「친절한 복희씨」),
노인성 치매(「후남아, 밥 먹어라」 「그 남자네 집」), 관절염(「그리움을 위하여」), 잦은 건망증(「거저나 마찬가지」) 등은
척박했던 전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온 데 따른 화인(火印)일 뿐, 현재 그들의 정신을 잠식하는 바이러스도 아니고,
무력하고 불행한 파국으로 이끄는 패스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대한 단단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 노년의 덕성―지혜와 관용과 이해―과
삶에 대한 진한 감수성─사람다운 삶에 대한 갈망, 열패감에 젖어 있는 속인을 바라보는 연민―을
농익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따름이다.
냉철한 사실주의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의 파편에서 재발견해낸 수다한 이야기와 경쾌한 재미,
속악한 인간사에 대한 씁쓸한 비애, 그리고 생과 죽음의 섭리에 대한 겸허하고 평온한 각성.
이 모두가 허울뿐인 관념의 더께를 거부하고, 복잡하고 진한 살내로 가득한 ‘육체의 문학’을 좇아온 박완서 소설이
갖춘 미덕이며 동시에 우리가 누리는 축복이다. 그야말로 삶의 무게로 빚은 우리 소설 문학의 높고 깊은 경지라 할 것이다.
1.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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