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여백미디어 출판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범적인 가장으로서, 의사 친구와 가깝게 지내며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스스로의 도덕적 결함을 견디지 못하는 제도적 인간으로서,
그리고 주일마다 미사에 반드시 참석하는 견실한 신앙인으로서 K는 생의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일상이 조작되고 현실에 균열이 생기며, 그로 인해 환상과 실재의 공간을 오가면서
K는 사실 조작된 것은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주변 세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급기야 처음에는 자신의 행세를 했을 것이라 믿었던 또 다른 ‘K’에게 순순히 ‘참 자아’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자신이 쌓아온 견고한 삶이 생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생은 때때로 허물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입기도 하는 것.
자신이 만든 견고한 삶은 하나의 무대에 지나지 않았으며, 거기에 ‘진짜 삶’은 없었다.
K는 자신의 배역과 역할에 충실한 동안 정작 자신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도덕적이고 합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세상에 떳떳하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 제도에 순응함으로써 갖게 된 스스로의 착각일 뿐이다.
그 단단할 것 같은 일상에 금이 가면서 K는 자신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그는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된 또 다른 삶을 목격하는 것이다.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 최초의 전작 장편소설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에서 길을 잃은 한 남자의 영원한 사흘
이 소설이 나의 대표작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 <작가의 말> 중에
<POWER on>
.
도플갱어 doppelganger
.
<POWER OFF>
6.2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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