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간다고 집을 나선 규석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 뭘 또 놓고 갔나...? '
" 엄마, 하늘 좀 올려다 보세요. 초승달이 너무 예뻐요. "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본 중 제일 예쁜 초승달이에요."
"그래. 알았어. 볼께. 학원 잘 다녀와."
부랴부랴 앞 베란다 밖을 내다 봤다.
안보인다. 달이.
뒷 베란다 샷시문을 열고 내다 보니 보인다. 초승달이.
규석이가 예뻐서 엄마도 보라고 했던 달이.
날씨가 제법 칼칼해진 가을 저녁 하늘엔
조금 남아있던 석양의 빛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아주 가늘고 밝은 빛을 띈 초승달이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 ㅎㅎ. 울 짜근 아들 낭만가이 일세.
달이 예뻐서 혼자보기 아까웠나보네... '
그래. 날씨도 추운데 이미 어두워진 길을 걸으며
학원을 향하는 네 발걸음에 달이 함께 했구나.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네 마음의 낭만이 그나마
학원을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구나.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어 다행이야 네가.
얼른 규석이가 예쁘다던 달을 사진 한 방 찍고
문자를 넣어 주었다.
사진도 찍고 네 덕에 예쁜 달이 떠 있는 하늘도 보았다고...
.
근데 사진이 영 아니다.
눈으로 보았던 그 하늘이 아니다.
똑딱이 카메라 탓일까?
노을의 여운도 안보이고 푸른 하늘빛도 없고
그나마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 달조차 흔들려 겹쳐졌다.
내 똑딱이로는 달 사진이 영 안찍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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