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 에단 호크 (Ethan Hawke)
셀린 - 줄리 델피 (Julie Delpy)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제시는 출판 홍보 여행 중, 파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셀린느를 만나게 된다.
그날 저녁을 함께 보내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속에 아직도 9년 전 못지않은 깊은 교감이 살아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인연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된다.
9년 전에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기엔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은데...
허투로 먹은 나이가 아닌, 현명하게 세월을 담금질한 사람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
<비포 선셋>의 장점이자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들의 로맨스 아우라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극 초반 나오는 짧은 플래시백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발걸음과 대화를 따라 카메라는 이동한다.
골목과 길을 거쳐 카페와 공원, 유람선, 셀린느의 아파트까지 그들의 대화와 동선을 따르면서 수다는 점점 고조된다.
9년이란 간극도 그 과정에서 차츰 녹아들고 그들은 30대 다운 현실적인 고민들로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비포 선셋>은 마냥 그들의 로맨스가 새로 개화하는 과정을 그리지는 않는다.저 깊은 곳에 있는 힘겨움까지 드러낸다.
지리멸렬하고 섹스리스에 가까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제시는 “누가 만지기만 해도 내 가슴은 무너져”라며 공허감을 토로하고
“무너지는지 보자”며 셀린느는 제시를 감싸 안는다. 서글프고 지리한 삶의 흔적과 로맨스의 마술이 합쳐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셀린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경운동을 하는 셀린느는 자신을 떠난 남자들은 왜 바로 결혼하고 헤어진 뒤
사랑을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는 불평을 내뱉는다. “그날 밤 내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밤을 보냈는데, 다른 로맨스가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어?”라는 그 로맨스의 후유증도.
그들에게 주어진 파리의 오후는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 행복은 소유가 아닌 행동(Do it)속에 있죠"
"비행기 놓치겠어" ... " I know"
세익스피어 서점과 파리의 골목길
그리고 세느강과 두오모성당...
파리에 가고 싶어지게 하는 영화이다.
'비포 선라이즈' 가 궁금하다.
얼른 챙겨봐야겠다.
2.6.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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